
! 주의 ! 1. 메리 포핀스 리턴즈(2018) ‘Lovely London Sky’ 일부 인용하였습니다. 2. 이상한 사람과 다소 강압적인 행동이 나오나 장르는 로맨스 맞음 https://youtu.be/542zcEv6xxE 흙과 나뭇가지는 다반사, 오랜 세월을 자랑하는 나무뿌리나 운 나쁘면 길 위를 겁 없이 쏘다니는 작은 동물까지. 꼴에 탈 것이 다니는 길이라 그들의 묵직한 무게가 지나가며 바퀴는 부러뜨리고 바람은 날려 보내 자연스레 정리되긴 하나 결국엔 포장되지 않은 길이다. 마차가 덜컹댈 때마다 백육십 도 고온으로 녹여 도로 위를 점령한 19세기의 어두운 레드 카펫이 그리워진다. 이곳 생활에 얼추 익숙해졌다고는 하나 21세기 사람이란 그런 것이다. 고작 식은 수프 한 그릇을 먹는데도 불을 지펴야 하..

! 주의 ! 1. 일단 춤 추시오 2. 감사합니다 (뭐가요) https://youtu.be/hGfkKa-xaz0 “별로 추고 싶지 않아.” “그래도 하셔야죠…. 데뷔탕트 볼에 참석하겠다고 한 건 아가씨잖아요.” “나는 참석하겠다고 한 적 없는데. …답신을 보낸 건 아버지니까 아버지께서 참석하게 하자.” “아가씨.” “세상은 부조리해.” 멍청한 탄식을 마지막으로 패트릭 부인의 말을 순순히 따르기로 한다. 그나저나…. “…좀 더 내 키에 맞는 사람을 데려올 수 없는 거야?” “이 정도로 힘들어하시면 어떡해요? 무도회는 산전수전이라구요~.” “아버지 대신 네가 나가고 싶어?” 머리 꼭대기 위에서부터 희미하게 들리는 웃음소리가 오늘따라 얄밉다. 아니. 정정한다. 평소에도 얄미웠다.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지 안 ..

! 주의 !1. 2023. 4.12. 수정함 2. 역사 시대 지형 고증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음 3. 여전히 캐해 실패 (죄송합니다) https://youtu.be/uZtKj2dOEI8 우리 마을은 지리산 산골짜기 중턱에 있어 가장 가까운 읍내로 나가는 날이면 온 마을이 들썩였다. 장정 열댓 명은 모아다 가져다 팔 것, 귀하고 값진 것, 객지로 나간 그리운 이에게 보낼 것을 꺼내어 말이며 수레며 온갖 짐차에 싣는 광경은 나 같이 고작 낙엽 굴러가는 걸로다 재밌어해야 하는 어린아이한테는 마치 잔칫날처럼 보였다. 우리는 소를 마구 쓰다듬고 아무 잡초나 뽑아 말에게 여물 대신 먹이고 달구지 주변을 빙빙 돌며 어른을 잔뜩 귀찮게 해 꿀밤과 강정 두어 개를 얻어먹고 나서야 하루 일과가 끝났다는 듯 쏜살같이 사라졌..

! 주의 ! 1. 진짜 마지막임 2. 불시 비공개될 수 있음 (쪽팔려서..) https://youtu.be/uvYicg0822E And I wanna go home 내가 타인으로 살게 된 지 오십하루 하고 열한 시간. 적응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짧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기까지는 부족한 시간을 보내며 알아차린 게 있다면 이 몸은 외부 자극에 취약했다. 자그마한 흔들림에도 물렁 출렁거리다 툭 치면 무력하게 바스러져 쓰레기통으로 옮겨지는 과일 푸딩처럼. 감정으로 소모되는 에너지가 너무 많다. 사실 엘리노어가 감정 과잉은 아닐까 고민한 적도 있는데, 글쎄. 주변을 보니까 이게 보통인 것 같다. 그래, 입력한 상황에 맞게 감정을 형성하는 것쯤이야 좋다 이거야. 고장 난 수도꼭지마냥 출력값이 0 아니면..

! 주의 ! 1. 뭐든 괜찮은 사람만 2. 진짜 끝임! (야호!) https://youtu.be/W3zKvoqQgCQ 1 안녕하신가요, 여러분. “저, 앞으로는 어머니, 아버지께 걱정 끼치지 않고 얌전히 지낼게요…!” 저는 안녕하지 못합니다. 2 우리는 어떤 근거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을까. 내가 나임을 증명할 수 있는, 타인과 나를 구별할 수 있는 나의 핵심이자 근원이란 무엇인가. 진정 내가 미친 과학자가 실험하기 위해 만든 통 속의 뇌라서 현실이라고 인지했던 세계도 착각, 꿈이라 생각했던 망상도 착각이라면? 사실 이건 원래 내 몸이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기억을 잃어 내가 나를 보고도 타인이라 인지하는 거라면? 얇게 저며 머리부터 뒤집어씌운 낯선 이가 목을 조른다. …아니, 그냥 답답한 것뿐이다. ..

! 주의 ! 1. 당근 얘기밖에 안 함! 2. 로판빙의의 ㄹ도 없음! 3. 전부 괜찮은 사람만 https://youtu.be/2k1ESCSA1Ws 1 어떤 한 소재가 유행을 타면 온갖 인간들은 너도나도 소재를 들고 가 제 입맛대로 또는 대중의 취향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저는 당근을 가늘게 채 썰어 파스타 면처럼 만들어 요리해 보았습니다! 저희는 찐 당근을 케이크와 섞어 당근케이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집은 생당근 전문입니다! 굽든 찌든 삶든 본질은 당근이잖아, 제기랄! ………. 그는 개미 따위에게 꼬리를 깨물린 용처럼 분노를 터뜨린다. 주위 시선 따위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나 또한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내버려 두면 알아서 진정할 것이고 자주 이러는 건 아니지만, 익숙하다면 익숙한 일이다. 그는..

! 주의 ! 1. 2019년에 러닝한 자캐 커뮤니티에서 로그로 사용된 글입니다 2. 무슨 이런 밝은 브금을 썼대 https://youtu.be/YURZd_WuqC8 이번 겨울은 너무나도 춥고 외롭습니다. 어떻게 화두를 이어가야 할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일방적으로 편지를 받기만 했지 보낸 적은 없었으니까요. 먼저 할 얘기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받은 만년필을 고장 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가치도 의미도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분명 ‘세상에 가치 없는 일은 없다’, 고 말하겠지요. 충동적인 감정에 의해 고장 나긴 했으나 사실 꽤 아끼는 물건이었습니다. 고장 나는 직전까지 펜을 놓아본 적 없었습니다. 나는 이제야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그쪽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 분명 의아..

! 주의 ! 1. 1차 캐릭터로 개인 세계관 기반 마법사AU 글입니다 2. 가상의 종교가 등장하며 현실의 특정 종교 및 단체와 아무런 관련 없습니다 3. 신과 죽고자 하는 마법사가 대화를 나눌 뿐 4. 대화라는 명목 하에 설정 풀기 https://youtu.be/7Y9sJvLI3Po 1 일기를 써 보는 건 어때? 일기라는 것도 부지런한 성격을 가진 인간이나 쓰는 거지 빨리 죽기를 바라며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하등 도움되지 않는 행위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대꾸하기 귀찮았기 때문에 그저 못 들은 척하며 저 멀리 어딘가나 바라보았다. 동쪽에 가까운 중앙 숲이었기에 날씨 하나는 끝내주게 좋았다. 이런 날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책을 읽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데. 굳이 귀찮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