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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AU

2. 중요한 내용은 전부 함축했습니다.

 

 

https://youtu.be/RklTb7xsY3A

 

 

 

0

 재난은 보통 이런 말머리로 시작한다.

 

 

1

 오로지 믿음과 사랑만을 약속하는 자리에

 소중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이안 캠벨 그리고 ……….

 

 

2

 술자리 분위기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주변 이들이 그들을 어떤 눈으로 쳐다보는지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자신의 인생사를 발설하며 웃고 떠드는 무리. 또 하나는 열을 받기 직전 조개처럼 입을 꾹 다물고 있다. 공기 중 밀도가 높아 도리어 숨을 쉴 수 없는 꽉 막힌 분위기. 그들은 앞선 이들과 다르게 침통하거나 혹은 우울하다. 때때로 그 외의 것을 품어 무거운 입이 열리는 동시에 분노가 터져 나오기도 한다. 이 둘을 해결할 방법은 단 하나. . 이른바 술로 싹 내리는 수밖에 없다. 누군가 그리 말하지 않았던가. 술은 만병통치약이라고.

 

 그리고 여기 술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무리가 있었다.

 

 그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뻔하게도 그들은 길거리에 지나가는 흔한 사람 중 하나로 옆 테이블의 퇴근 후 직장인처럼 하소연을 대게 하소연이라 하면 무능한 상사와 과도한 업무가 대부분이었다.털어놓지도 않았고 뒷자리 손님처럼 길 가다 우연히 마주친 헤어진 연인의 아들이 불씨가 되어 돌아오지 않는 과거의 영광을 토해내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들에 비하면 이들은 아주 행복한 주제를 이야깃거리고 삼고 있었다. 그러나 웃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은 자신의 인식을 불완전하다고 여겨 진실을 눈앞에 두고도 의심하고 있다. 나머지 하나는 대역 죄인이라도 된 것처럼 탁자 위로 머리를 처박고 있었다. 요철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질감. 두께감 있는 새하얀 종이 위로 비슷한 색의 박이 입혀져 튀지 않고 세련된 꾸밈은 가게 조명을 반사해 주홍빛처럼 보이기도 했고 때로는 노란빛처럼 보이기도 했다.

 

 “오늘 며칠이야.”

 “……….”

 “입이 있으면 말을 해. 네 머리가 날짜를 잊어버리진 않았을 거 아냐.”

 “………614.” 바닥을 기는 목소리가 틈새를 비집고 올라왔다.

 “그러면 여기 적힌 날짜는 뭐야.”

 “……6, 24.”

 “잘 아네! 고작 열흘 남겨 놓고 축하해 달랍시고 이딴 걸 가져와? 너도 지금 잘못한 걸 아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 진정해.”

 “지금 내가 진정하게 생겼어!”

 

 결국 분을 삭이지 못하고 걷어찬 테이블은 안쓰러운 소리를 내며 무력하게 흔들렸고 전 연인의 험담 백 가지 중 일흔네 번째를 내뱉으려던 뒷자리 무리의 시선까지 빼앗았다. 그들을 지켜보는 스물여섯 개의 눈동자와 웨이터의 단호한 제제 가게의 물건을 발로 차지 마세요.” 친구 험담은 괜찮다는 걸까.속에서도 그는 고개를 들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분노한 인간과 죽은 건지 미동도 없는 친구 사이에서 에블린 하워드는 웃는 낯으로 입술을 잘근거린다. 우리 술 마시자고 만난 거 아니었어? 그는 웨이터에게 사람 머리를 내려쳐도 아무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독한 와인을 추천해달라는 친구를 말리고 충격에 쏟아진 물이 여전히 엎어져 있는 친구의 머리를 더 적시기 전에 치우며 생각한다. 어쩐지 불러낼 때부터 목소리가 안 좋더라니.

 

 “그래도 나쁜 일은 아니잖아. 일이랑 결혼한 줄 알았던 네가 사람이랑 결혼한다는 소식을 조금 급하게 들어서 그렇지, 윈체스터도 네게 화가 난 건 아닐 거야.”

 “대체 어느 직장인이 일이랑 결혼하고 싶어 하는데? 신종 마조히스트?”

 “여전히 네 헛소리가 건재한 걸 보니 기뻐.”

 “너도 질린다 진짜.” 아아비 윈체스터는 질색하며 가득 찼던 잔을 금방 비워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머리는 안중 밖인지 털어내지도 않고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 이안 캠벨의 안색은 여전히 좋지 않았다. 하는 행동만 보면 대단하지도 않은 일로 혼자 고민하면서 주변 사람이 돕는답시고 무슨 일인지 물으면 말할 수 없어, 라며 고행길을 자처한 머저리였다. 청첩장을 나눠주면서 하는 소리가 고민 많이 했어. 였으면 말 다 했다. 배은망덕한 친구 놈. 필터 없는 본심을 뒤로 한 채 하워드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물었다. 대충 새콤달콤한 얘기나 뜯어내 대리만족하겠다는 속셈이었다.

 

 “사귀는 사람도 없었잖아. 상대는 어떤 사람이야? 어떻게 만났어?”

 “그냥 어쩌다가.”

 “우리끼리 있으니까 솔직하게 말해봐. 주택청약이 목적이야? 그거 파혼하면 도로 내야 한다던데.”

 “나쁘지 않은데 그런 걸로 해둘까.”

 “얘 진짜 문제 있나 보다. 진담을 진담으로 받는데? 약점이라도 잡혔어? 아니면 캠벨 너사고 쳤어?

 “윈체스터! 아무리 친구 사이라도.”

 “………….”

 “……. 아무 말도 안 해?”

 “, , , 설마, ,”

 “아니! 들어봐! 나 사실,”

 

 그때 기억이 없어.

 캠벨의 대답에 그들은 드물게 한뜻으로 입을 모아 말했다. 미친놈.

 

 

3

 “친구들은 잘 만나고 왔니.”

 “. . 신경 써 주신 덕분에.”

 

 혼자 있던 시절이 누군가와 함께 한 시간보다 길다면, 느지막이 들어간 집에서 느껴지는 낯선 인기척을 침입자가 아닌 곧 결혼할 상대라고 곧바로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일단 이안 캠벨은 그랬다. 같이 산 지 이제 이 주 된 연인을 그는 여전히 그를 지칭할 마땅한 단어를 찾지 못했다.도둑 언저리로 착각했다는 약간의 죄책감은 모르는 척하기로 한다. 눈이 어둠에 익자 주변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의존할 수 있는 불빛이라고는 이웃집의 멀리 떨어진 가로등이나 이웃집 커튼 사이로 새어 나오는 불빛밖에 없는데 그는 거실 정중앙에서 신문을 읽고 있었다. 요령도 좋지. 전등 스위치에 손을 올리려다 멈칫. “기다리고 계셨던 건 아니죠?” 그가 늦은 새벽까지 깨어 있다는 걸 알기에 예의상 물었고 그는 말없이 웃었다. 예상했던 대답이었다.

 

 “불은 켜지 않아도 된단다. 곧 올라갈 거거든.”

 “, 그러면. 저는 바로 올라갈게요.”

 

 반향음 따위 일절 없는 진공. 할 말은 있는 것 같은데 정작 중요한 말이 없다. 이대로 올라가도 정말 괜찮은 걸까. 물어봐야 할까. 어둠 속에서도 자신을 진득하게 노려보는 시선이 불편해 난간에 손을 올리는 순간까지 거실 쪽을 힐끔거리던 이안 캠벨에게 툭 하고 질문이 돌아왔다.

 

 “머리 젖은 건 괜찮니?” 그는 신문을 내려놓은 손으로 제 머리를 가리켰다.

 “? . 괜찮아요. , 저기, 안녕히 주무세요.”

 “그래. 잘 자렴.”

 

 뒤늦게 그를 따라 머리에 손을 올렸다. 손끝에는 물기 없이 바스락거리는 머리카락만이 잡혔다.

 

 

4

 망각은 신이 주신 기회지. 잊어버리고 실수하고 또다시 잊어버리고. 영원한 방황을 위해 신이 주신 기회 아니겠어? 언젠가 그런 말을 들은 적 있다. 누군가의 혼잣말에 무어라 대답했는지 톡톡히 기억한다. 모르겠는데요. 그러니까 네가 재미없는 거야. 그리 말한 것치고는 웃고 있었다.

 

 이안 캠벨에게 있어 기억은 가장 우선되어야 했다. 철이 들 무렵부터 ―그리고 그는 또래보다 빨리 철들었다.― 총을 들었던 그가 듣고 보았던 자료는 바람 불면 날아가 버리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기록으로 남기지 않되, 어기면 누구든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구두 계약. 의뢰인. 개인 정보. 상대 회사의 약점. 치부. 터지면 자멸하는 정보들. 그의 머리는 양날의 검이었다. 술, 담배, 마약, 마취. 정신을 흐릴 수 있는 것은 일체 금지. 죽으면 죽었지 배부른 저금통마냥 망치로 내려친다고 금화를 내뱉으면 안 된다는 소리였다. 익숙해지지 말거라. 자기 머리에 무엇이 들었는지 누구보다 절실히 알고 있었다. 그 누구도 아닌 내 머리니까.

 

 

 결국 내게도 신의 기회니, 뭐니 하는 것이 찾아온다는 소리가 하고 싶었던 걸까. 방으로 돌아온 그는 가장 먼저 문을 걸어 잠근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 중요한 짐은 분산해 두었고 이곳에는 옷가지와 약간의 호신용―무기만 두었다. 훔쳐 갈 것도 없거니와 침입의 흔적도 없다. 다음으로 무거운 암막 커튼을 살짝 들춰 따라붙은 미행은 없는지 살펴본다. 언제나 최소 세 번의 환승과 20분 이상의 도보를 적절히 섞어 다니고 있지만, 여간 번거롭지 않은 일이 아니었다. 자가용을 사면 괜찮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자가용은 자가용만의 귀찮음과 위험이 있다는 동료의 말에 ―“너 말이야 차―량―관―리가 얼마나 귀찮은지 알아?”― 매번 포기했다.

 

 입고 있던 옷까지 합세하자 슬슬 무시할 수 없을걸. 하고 빨랫감이 말을 걸어왔다. 절반은 세탁소에서, 나머지는 별것 아닌 세탁물과 섞어서 돌려야겠다고 다음날 일정을 계획하던 도중 문득, 밖에서 슬리퍼 끄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숨을 죽이고 천천히 문 앞으로 다가간다. 느리지만,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 확연하게 보여주는 발소리.

 

 “……….”

 

 소리가 희미해지는 동시에 문이 닫혔다. 그제야 그는 짧은 시간 동안 정체되었던 숨을 가늘게 뱉어낸다. 침묵이 드리우자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충분히 인기척을 죽일 수 있는데 부러 들리게끔 걷는 건 아닐까. 지금도 사실 이 방문 앞에 서 있진 않을까. 망상증에 가까운 과대 해석을 하면서도 문을 열지 않는다. 다만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면 의심할 가치가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고 착각하길 바라며 괜히 의자에 앉았다가, 침대 위에 누웠다가, 좁은 방을 몇 번이고 걷는다. 좋든 싫든 같이 살 사람인데 불편해하지 말자. 속으로 하염없이 되뇌어도 불편한 건 여전히 불편했다. 이는 일방적으로 숨기는 게 있는 인간의 본능이자 비어있는 기억에 대한 불안감 표출이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침대 머리맡에 앉아 뜬눈으로 기억을 되짚는다.

 

 

5

 “왜 이런 파티는 항상 저녁에 하는 걸까요.”

 “글쎄. 성경에 적혀 있나 보지. 예수께서 이르시되 어둠에 굶주린 이들에게 자비를 나누라 하더라 이에 가장 부유한 자가 여명을 좇으니 이는 저들이더라.”

 “처음 듣는데요.”

 “사실 나도.”

 

 다소 신경질적으로 말을 끝낸 그가 구겨진 손수건 같은 얼굴을 하며 하품을 해댔다. 옆에 앉아 바깥을 지켜보던 이안 캠벨도 따라 나른하게 입을 벌렸다. 단순히 참가하기만 되는 일에 해가 지기 직전부터 달이 뜬 후까지 줄곧 차에서 대기시키는 건 대체 무슨 심보란 말인가. 삼 분, 아니 고작 삼십 초만 더 기다리게 했어도 퍼질러 잘 생각으로 시트에 몸을 기댔으나 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고 십 분 전에 진작 내팽개쳤던 휴대전화가 무거운 진동음으로 세 번 울리더니 이내 멈췄다. 가도 좋다는 신호였다. 휴대전화가 잠잠해지기 무섭게 기다렸다는 듯 차체가 흔들릴 만큼 세게 문을 열어젖혔고 공연히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이안 캠벨만 괜히 놀라 어깨를 들썩였다. 차 부술 일 있어요? 잘됐네. 이번 기회에 바꾸라고 해. 톡 쏘아붙이자 심드렁한 태도로 대꾸한다.

 

 “선배. 이거 끝나면 방 잡고 쉬어도 돼요?”

 “상관없는데 경비 처리는 안 된다.”

 “제 돈으로 할 거였는데요.”

 “배짱 좋네. 하는 김에 내 방도 예약해 줘.”

 “꺼져요.”

 “농담도 못 해.”

 

 청부 살인. 드물게는 생포. 또는 의뢰인 보호. 기밀 거래. 정보상. 들어오는 임무 중 열에 아홉은 진흙탕에서 굴러야 하는 이른바 본업이었고, 평소 처리하는 본업만 그의 여덟 배였으니 고작 ‘자선 파티 참가’ 세 단어로 끝나는 임무는 일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오늘 자선 파티는 호텔 전체를 빌려 진행되기 때문에 ―“이 주최자는 통이 크더라.” 선배는 몇 번 참가한 적이 있는 듯했다.― 복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보안을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휴식을 보장받은 임무? 조금 전 세 시간 대기는 우습지도 않다. 두 시간은 더 기다릴 수 있다.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차마 주체하지 못하고 비죽 웃자 머리 위에서 좋댄다, 하고 초 치는 소리가 들렸다.

 

 “이번 임무에 참석하는 건 우리 둘을 포함한 세 팀과 한 명. 총 일곱 명이다. 전부 다른 회사 대표 자격으로 참석하는 거니까 알아두고.”

 “일곱 명? 왜 이렇게 많아요?”

 “일곱 중 셋은 원래 이런 일 하던 놈들. 우리 둘은 보험. 나머지 둘은 경매에 참석할 거라고 박박 우겨댔댄다.”

 “일 쉽게 하네.”

 “너도 쉴 생각밖에 안 하잖아.”

 “엄연히 다르죠. 저는 일 끝나고 쉴 생각인데 선배들은 일도 안 하고 쉴 생각이잖아요.”

 “말은 잘해.” 그러나 뒤따라오는 반박은 없었다.

 

 멀리서 볼 때는 옅은 꿀벌 색 같던 샹들리에 조명은 목적지와 가까워질수록 환한 흰색으로 빛나며 로비를 넘어 입구까지 넘실거렸다. 주변을 둘러보면 이미 아는 얼굴끼리 모여 한바탕 회포를 푸는 이도 있었고 준비된 음식을 만끽하는 이도 있었다. 특이한 건 그들 모두 손목에 공통으로 붉은색 코르사주를 차고 있었는데 이는 일종의 출입증이었다. 연초니까 그런 분위기를 내고 싶었겠지.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라. 그는 제 손목에 묶인 코르사주를 고쳐 매며 말했다. 하긴, 드레스 코드도 지정된 파티에 장식 하나 없을까. 괜스레 부드러운 꽃잎을 만지작거리며 주변을 살핀다. 우리가 가장 먼저 도착했는지 아는 얼굴은 없다. 홀 한 편에는 다과. 웨이터 네 명. 맞은편으로 스무 명 남짓 작은 오케스트라. 약간 몰린 인파. 경매도 마찬가지로 홀에서 진행. 높은 층고. 2층 난간. 내려다볼 수 있으나 인기척 없음. 샹들리에 두 개. CCTV 위치. 객실로 가는 방법은 양쪽 엘리베이터와 비상계단. 2층은 중앙과 반대편 계단. 수상한 사람 …아직 없음.

 

 “멀뚱하게 서 있지만 말고 구경이라도 좀 해. 여기서 제일 수상한 건 너니까.” 어디서 들고 왔는지 그는 샴페인 잔을 건네며 말했다.

 “오, 감사합니다.”

 “마시라고 준 거 아니다.”

 “알아요. 마시지 말고. 먹지 말고. 말하지 않고.”

 “아는 것치고는 눈으로 욕하고 있던데? 먹는 건 상관없을 것 같은데 되도록 마시지 마라. 나는 관심 없어서 시간 되면 갈 거니까 너는 편한 쪽으로 합류해서 복귀하고.”

 

 통보에 가까운 말을 끝으로 바람 같이 사라진 그를 보며 이안 캠벨은 부자연스럽게 발을 옮긴다. 관심 없다는 게 경매가 아니라 자선 파티였나? 신뢰 가치가 떨어진 것과는 별개로 구경하라는 말은 착실하게 따른다. 뺀질거려도 실속 없는 말을 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구경하라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직 내려온 지령은 없으나 어쩌면 다음 표적이 참석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방명록과 참석자를 비교하고 싶은데 파티는 이제 시작이고 사람은 여전히 밀물처럼 쓸려 들어오기도 나가기도 했다. 이 상황에 방명록이나 훑어보고 있으면 튀기 쉬우니 얼굴은 전부 기억해 두고 돌아가서 비교하기로 한다. 순전히 파티에 참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둔 사람처럼 불규칙적으로 공간을 돌아다니고 방울토마토가 올라간 카나페 하나를 먹고 ―맹세하건대 이 행동에 일체 사심은 없었다. 하지만 맛있었다.― 조율을 끝마친 오케스트라를 구경한다. 지휘자가 높게 든 팔을 힘차게 흔들자 강렬하게 터져 나오는 화음은 빠르게 공간을 에워싸며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봄의 소리. 빠르고 경쾌한 선율이 시작 곡으로는 나쁘지 않다. 새 지저귐 같은 플루트 소리가 귓가를 지날 때쯤 불현듯 자신이 너무 앞으로 튀어나와 있는 건 아닌지 생각이 들어 인파 속에 몸을 숨기기로 한다. 한 차례 차분해진 분위기 속에서 자신에게 신경 쓸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방금. 이 마주쳤나?

 

 

 “…우선 참석해 주신 귀빈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주가 끝나면 주최자의 애매하게 긴 인사가 이어진다. 길든 짧든 파티 인사말의 요는 대개 이렇다. 하나. 나다. 둘. 왔냐. 셋. 놀다 가라. 참석자들은 좋다고 동의의 손뼉을 치면 본격적으로 본 무대가 시작된다. 그의 머릿속에는 다니고 있는 회사의 기본 정보, 분기별 주요성과, 지향점, 투자자들에게 바라는 점, 발전 가능성. 그리고 자신의 최근 관심사와 취미, 심각하진 않지만, 공공연하게 꺼낼 것은 못 되고 그러나 당신에게만 털어놓는다는 감정의 호소로 상대에게 묘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마치 ‘우리는 비밀로 이어진 은밀한 사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는 고민까지 전부 매뉴얼대로 정리되어 있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중요한 건 매뉴얼이 아니었다.

 

 “………망했네.”

 

 사람도 공간도 충분히 구경을 마쳤다. 이젠 이곳의 환풍구가 어디로 연결돼서 어디로 나가는지, 직원밖에 모르는 비밀 통로는 어디에 몇 개가 있는지 캐드로 그릴 수 있는 수준이었다. 사람 또한 마찬가지였다. 저 사람은 대기업의 사장이고 최근 탈모로 고생하고 있고 이 사람은 어디의 누구이며 최근 어떤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지. 집사람이랑 무슨 문제가 있고 누구는 이혼을 했니 사랑의 도피를 떠나니 몇 개 정리해서 던져주면 선배들이 좋아할 법한 정보들이었다. 그래. 여기까지는 괜찮다. 그 후가 문제였다.

 

 사회성은 매뉴얼로 해결할 수 없나?

 

 뒤늦게 합류한 다른 선배의 도움으로 몇 인사들과 얼굴을 텄지만, ―그리고 이번 경매는 미술품이라고 했다. 이 자식 진짜 경매 하나만 보고 왔네.― 그들과 헤어진 후부터 지금까지 입도 못 떼고 있다. 먹지 말고 마시지 말라고? 웃기지 말라고 해라. 말도 못 하는 입에 무슨 쓸모가 있나. 지금 입이 지닌 가치는 먹는 것 말고 없었다. 그렇다고 뭔가 많이 먹었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었다. 가장 처음 먹었던 카나페 하나. 과일 타르트 한 조각. 마지막으로 괜한 호기심에 먹었다가 있던 식욕까지 날려 보낸 프로슈토로 감싼 멜론. 충격을 생략하니 입 안에는 분노와 자괴만이 맴돌았다.

 

 2층에는 앉아서 쉴 수 있는 의자와 테이블, 굳게 닫힌 문이 있었는데 구조상으로 식당일 가능성이 컸다. 조명이 2층 안쪽까지 들지 않는다는 건 이 공간까지는 파티장으로 쓸 생각이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서 몰래 올라왔다. 옷은 갑갑하고 구두는 불편하다. 다음부터는 이런 임무 주지 말라고 해야겠다. 아니 아예 주지 말라는 건 아니고, 이 년에 한 번 정도라면…. 푹신한 의자에 몸을 기대고 긴장을 풀자 저도 모르게 한숨 같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계획까지는 아니었어도 경매는 보고 싶었는데 지금 상태로 경매는커녕 곳곳에 걸린 액자 보기도 힘들었다. …그래, 선배들한테는 간다고 하고 마지막 한 명한테만 말 걸자. 실행할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결심으로 등받이에서 몸을 떼는 순간 옆에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

 

 “옆에 앉아도 되겠니.”

 “아……, 네, 네, 여기 앉으세요. 저는 이제 갈 거라.”

 “아쉽구나. 너와는 줄곧 얘기하고 싶었는데.”

 “……….”

 

 이거 앉으라는 말이지?

 

 

6

 예의상 들고 다니던 샴페인 잔을 십자가처럼 꼭 쥐었다. 평생 종교를 가져본 적 없으니 이런 상황에서는 누구한테 뭐라고 빌어야 할지 도통 떠오르지 않았다. 건물주님. 다치지 않게 나갈 자신 있으니, 호텔이 물리적으로 내려앉게 해 주세요. 다른 의자를 두고도 굳이 옆자리에 앉은 그는 한 모금 마시는가 싶다가도 잔을 내려놓고 옆으로 바짝 붙는다. 불편하다. 부담스럽다. 헬기에서 뛰어내릴 때도 이만큼 심장이 뛰지 않았는데.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알고 싶지 않았다. 평온한 낯짝을 유지하면서 호흡을 고른다. 오늘 내 임무는 참석이지 참살 따위가 아니니까.

 

 “긴장 풀렴. 들고 있는 걸 마셔도 된단다.”

 “제가 술은 잘 못 마시거든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마셔본 적 없으니 잘 마시는지 못 마시는지 모른다.

 “그래서 마시지도 않은 걸 다른 직원한테 각 한 번씩 바꿨니?”

 “봤나요?”

 “봤지. 전부.”

 “어디까지?”

 “내가 어떻게 네가 있는 곳을 알았는지… 듣고 싶으냐.”

 

 망했다.

 마음 같아선 잔을 머리에 내려친 다음 다쳤으니 병원에 가보겠다는 핑계로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다. 일반인인 척하다가 일반인 다 됐구나, 이안 캠벨. 와중에 자신에게 향한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다는 점보다 프로슈토를 먹은 후 반응을 본 사람이 있다는 게 쪽팔렸다. 그냥 눈 감고 마셔버릴까. 흐릿한 눈으로 손에 쥔 잔을 내려다본다. 샴페인은 이미 제 온도를 잃어 미적지근해졌고 상온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표면 위로 올라오는 기포 방울도 더는 없다. 잃지 않은 건 샛노란 빛깔뿐이지만, 어두워서 그조차 불명확하다. 이런 걸 마셔봤자 좋을 건 없지만, 지금 상황보다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는 짧은 머리칼을 간질이다 자연스럽게 귓불까지 내려온 손길을 애써 무시한다.

 

 “그러니까, 당신은,”

 “아마라고 부르렴.”

 “…좋아요. 아마, 방금 제게 줄곧 얘기하고 싶다고 했는데. 우리 어디서 만난 적 있나요?”

 “만난 적은 없지."

 “그러면 저한테 왜 이러세요?”

 “나타났다 싶으면 사라지고, 없다 싶으면 다시 보이는데. 너라면 쫓고 싶지 않겠니.”

 “……전혀 모르겠는데요.”

 

 일단 잘못 걸렸다는 건 알겠다. 본 적 없는 상대의 관심을 끄는 일은 살면서 몇 번이나 일어날까. ―저 자식 죽여 버리겠어, 도 관심이라면 제법 많지만.― 이 사람은 흥미가 떨어지지 않는 이상 본인 말대로 계속해서 나를 쫓을 것이고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쉬고 싶었다. 들어온 후, 아니. 들어오기 전부터 현재까지 행동을 복기하려다 무용한 짓임을 깨닫는다. 잘못 끼워진 단추는 초장에 바로 잡지 않는다면 언제 발견해도 늦다. 어차피 잘못 입은 옷이다. 사실 그를 두고 태연자약하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무엇에 관심을 가졌는지도 모르겠고, 떨어뜨리긴 해야 하니 이왕 이렇게 된 김에 같이 경매를 구경하는 건 어떻겠냐고 권했다. 그는 순순히 내 손을 잡았고.

 

 그 후 기억이 없다.

 

 

7

 몸을 뒤척이자 바스락거리는 이불이 온몸을 포근하게 감싼다. 밝은색 쉬폰 커튼이 바람을 따라 나부끼고 들릴 리 없는 지저귐까지 들리는 듯했다. 적당히 밝은 방은 오히려 사람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감은 눈으로 대충 이불을 뭉쳐 머리를 파묻는다. 잡지 혹은 신문이 넘어갈 때 들리는 종이 마찰 소리. 방금 내린 커피의 고소한 냄새. 필요치 않은 자극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롭다.

 그리고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요소가 역으로 돌아오는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안.”

 “………제가 혹시 밤사이 당신에게 뭔가 했나요?”

 “꼭 사고라도 친 것처럼 말하는구나. 왜?”

 “기억이…… 없어서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하하하.”

 

 기필코 뭔가 했다.

 그가 의식해서 낸 짧은 소리가 아니더라도 알 수 있었다. 찰나 스쳐 지나간 두 눈이 웃고 있지를 않았는데 없을 리 없다. 무슨 말을 지껄였는지 추론하려니 기억이 필요한데 그놈의 기억이라는 건 도대체가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안 캠벨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싸매는 동안 바삭바삭한 빵 위로 요령껏 잼이니 버터니 하는 것들을 바르는 소리가 들렸다. 먹기 전에 했는지 안 했는지, 했다면 대체 뭘 했는지 말이라도 해주면 좋을 텐데 바람과 다르게 그는 평온했고 말해 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의자 끄는 소리와 시야 바깥에서부터 다가오는 인형에 고개를 들자 연신 바삭거리던 주인공이 눈앞에 떡하니 있었다. 온갖 단내가 진동하는 토스트 위에는 어쩐지 작살난 계란 하나가 올려져 있었는데 “먹으렴.” 예고와 함께 입 안에 쑤셔 넣어진 토스트는 보는 그대로의 맛이었다. 앙갚음인가?

 

 “혹시 제게 화가 났나요?” 그는 토스트를 반 정도 해치우고 나서야 겨우 물었다.

 “배가 고파 그러는 줄 알았더니,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건 여전하구나.”

 “이상한 질문.”

 “나는 네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너 또한 내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지.”

 

 말을 끝으로 그는 읽다 만 잡지를 덮어 자리에서 일어난다. 시간을 기다리는 것치고는 목적이 없어 보였으나 그는 할 일이 있다는 듯 능숙하게 코트에 손을 꿰어 옷자락을 정리한다. 주머니 안에 든 무언가가 손에 걸렸는지 코트 바깥으로 뭉툭한 소리가 들렸고 아, 참. 의미 없는 말머리와 함께 주머니 안에서 휴대전화 하나를 꺼냈다.

 

 “네 전화기 맞지?”

 “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꾸나.”

 “저기요?”

 

 그는 가볍게 머리 위로 입 맞추고 유유히 방을 나선다. 지독하게 익숙한 행동과 흐름 속에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 혼자였다.

 

 “이게 무슨….”

 

 그는 멍청한 얼굴로 머리를 문지른다. 커피는 여전히 반이나 남아 있었다.

 

 

 그리고 사람을 불러내 결혼 얘기를 꺼내는 건 일주일 뒤의 일이었다.

 

 

8

 소수의 친구를 제외하면 중요한 하객은 전부 고용한 배우였다. 어차피 서로 하객이 많지 않기를 원했고 되도록 빠르지만, 기왕이면 좋은 날이길 바랐다. ―이를 들은 친구는 너는 디자인 외주 맡기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당일. 누군가의 바람대로 하늘은 푸르고 하늘은 높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높게 올라간 부케를 보며 상념에 잠긴다.

 

 축복받기 좋은 날씨지 않니.

 그러게요.

 

 베일을 걷는 손이 볼을 감싼다. 나는 눈을 감는다.

 부케는 누군가의 손에 들어갔을 것이다.

 

 

9

 “너 어제 깨져서 들어온 임무 말이다.”

 “깨져서라니요. 훼방꾼이 있는 줄 몰랐죠.”

 “놀이공원 한 가운데서 사람 죽일 때 안 하던 말을 지금 할 줄 몰랐네. 여튼 그때 CCTV 돌려보고 있는데. 이 사람 본 적 있냐고.”

 “어디 봐요.”

 

 그는 앉아 있는 동료를 대충 밀어내고 모니터에 가까이 다가간다. 화면 속 상황은 한창 난장판이었다. 무너지다 못해 쓰러지기 직전의 폐건물. 머리 위로 떨어지는 건물의 일부. 앞뒤를 알아보기 힘든 먼지바람. 이어지는 폭발. 도망가는 목표물. 그리고 한 사람. 흰색 머리. 풍압에 흔들리는 오른쪽 소매.

 

 “………아마?”

 

 

10

 “안녕, 달링. 우리 회사에는 무슨 일이에요?”

 - 무슨 일은. 네 얼굴을 못 보니 아쉬워서 말이다.

 “여기는 어떻게 알고요?”

 - 네가 매번 가는 세탁방 위치도 아는데 회사라고 모르겠니.

 

 네가 뛰어봤자 손안이지. 아마는 한 손에는 어울리지 않게 꽃다발을 들고 어깨를 으쓱였다. 화면상으로는 흐릿하지만, 연분홍색과 흰색이 섞인 꽃다발은 부케를 닮아 있었다. 이안 캠벨은 금방이라도 쏴 죽일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으나 행동은 퍽 침착해 보였다. 앉아 있던 선배의 어깨를 툭 치고는 모니터를 가리킨다. 오래 본 게 좋다고 그는 분할 화면으로 건물 내외 CCTV 화면을 동시에 송출한다. 건물 입구. 각 층 엘리베이터 앞. 사무실. 보안 구역. 건물 외부. 전부 이상 없었으나 구역별 엘리베이터 내부는 전부 같은 화면을 띄우고 있었다. 아마가 CCTV를 향해 손을 흔들자 나머지 세 화면에서도 그가 손을 흔들었다. 언제 해킹했대? 화면을 지켜보던 선배가 중얼거렸다. 정작 좁은 엘리베이터 안의 단 한 사람만 웃고 있었다.

 

 “어떡하죠? 마침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거든요.”

 - 그런 것 같구나.

 “그래서 말인데요. 지금 어디예요?”

 

 목소리, 엘리베이터에 있을 때 울림이 아니네요. 경악하는 동료를 무시한 채 그는 장전해 둔 총을 들고 사무실을 서성였다.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그런 건 어떻게 구분하느냐면서 그런 것도 기억해? 라든가 진짜 쓸데없는 건 다 알고 있네, 라거나 했을 텐데. 침입자 최소 3명. 일부 CCTV 해킹. 통신 장비 장악. 상황이 상황인 만큼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다. 다만 일부는 대피, 나머지는 그를 따라 만일의 사태를 준비한다.

 

 - 멈춰버린 엘리베이터에 계속 있을 순 없잖니.

 “그렇다고 숨어버리면 별로 재미없어요.”

 - 네 앞에 나타나면 칭찬이라도 해 줄 테냐.

 “설마요.”

 “그거 유감이구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무장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주 출입구. 천장. 통유리창. 모든 것이 원형에서 벗어나 깨지고 부서지고 터진다. 미친, 더럽게 많네! 이 전쟁 통에도 누군가는 한결같은 소리나 해댔다. 자신 또한 속으로 그래도 좁은 곳이라고 터뜨리지 않는 게 다행 아닐까요. 라고 답한다. 시간이 흐를수록 공간을 휘젓는 총알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상대가 쓰러지는 수만큼 엇비슷하게 쓰러진다. 그는 상대에게 몸을 던져 가까이 붙은 후 철제 의자를 주워 들어 그대로 턱을 후려갈기고 중심을 잃은 마지막 침입자를 창밖으로 밀어버린다. 떨거지들은 정리가 끝났으나 중요한 건 사건의 원흉 제거였다. 왜 정작 당사자는 보이지 않는지. 분란만 일으키고 사라진 건지. 몸을 트는 일순 오른쪽 어깨와 왼쪽 대퇴부에 한 발씩 꽂힌다. 쓰러진 그에게 먼저 다가간 건 팀원도 아닌 총을 쏜 장본인이었다.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그는 자신이 쏴 맞춘 오른쪽 어깨를 짓밟는다. 사각에서 장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발에 응하듯 소리를 향해 총을 든다. 아참, 이 방향이 아니구나. 그는 수고를 들여 뻗은 팔을 내려 제 아래 쓰러진 사람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미안하구나. 친구들이 네 직장을 워낙 궁금해해서 말이다. 같이 와버렸단다. 다 죽어버렸지만.”

 “으……….”

 “옛날 생각도 나고 좋지 않니. 응?”

 

 두 번째로 깨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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