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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1. 그저 대화를 나눌 뿐
2. 이름과 설정이 있는 드림주가 등장합니다
3. 개인 세계관 기반 동양풍 AU 글입니다
4. 대화라는 명목 하에 부족한 설명 채우기
스나 린타로 드림 의심암귀
“신이란 뭘까.”
그가 물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물어볼 입장이 되었던가? 마치 버림받고 쓸모를 무시당하고 가치를 부정당하고 그나마 언 손발을 녹일 희미하고도 옅은 한 줄기 빛마저 거부당한 사람처럼 물어왔다. 신이란 대체 뭘까. 그러게. 그걸 알았다면 당신이나 나 같은 건 분명 존재조차 하지 않았겠지.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혹 대답을 바랐더라도 그가 원하는 답을 줄 수 없기에 시선도 대답도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그는 막 집필을 끝마친 소설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차근차근 읽어내려갔다. 허공으로 사라진 말에 흐름이 끊겨 그만 몇 장이고 읽은 둥 마는 둥 하며 넘겨버린 게 화근이었다. 오늘따라 영 집중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손을 멈추기엔 언제 밀려올지 모르는 공허함이 두려워 억지로라도 펜을 잡고 글을 읽어내려간다. 부디 방해하지 않기를 바라며. 한 장, 두 장, 세 장. 앞선 걱정이 무색하리만치 그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조용했고 오랫동안 막힘없이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겨우 흐름이 끊겼던 부분에 도달한 순간 톡, 하고 유리구슬이 떨어지는 청명한 소리가 제 옆에서 들려왔다. 그가 즐겨하는 SNS의 화면을 새로 갱신할 때 들리는 소리였다. 아. 여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는 다시 한번 흐름이 끊겼음을 직감했고 그런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는 샐쭉 웃으며 말했다. 오늘따라 집중을 못 하네. 날이 아닌 거 아냐?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 목구멍까지 차올랐으나 내뱉지는 않았다. 그럼 잘됐다. 그는 물었다.
“너는 스스로가 인간이라고 확신할 수 있어?”
“…무, 물론이에요. 다소 이상한 질문. 이네요….”
“그럼 언제부터 자각했는데?”
“……굳이 당연한 일을…. 자각까지 하며 받아들여야 하나요…? …생명체로서 자각이라면, 과학 시간…?”
“흐음, 당연한 일인가. 하긴. 너희는 그럴 수 있겠네.”
“…그게 왜…?”
“이상하잖아.”
흔해빠진 소설에서도 자신이 다른 공간에 있다는 걸 낯선 천장으로 알아보는데 인간이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는데 아무런 장치도 계기도 필요하지 않다는 게. …인간은 집단생활을 하니까…. 별다른 계기가 없더라도,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받아드릴 기회가 생기니까요…. 그렇다면 태초부터 자신을 인간이라고 정의 내린 요괴는 인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건 정의 내린 게 아니라. 그저 착각이에요. 말과 함께 자란 고양이가 자신을 말이라고 생각해도 고양이는 고양이인 것처럼…. 단순한 정의와 착각만으로 요괴와 인간은 동일시될 수 없어요. 요괴는 무無에서 태어나, 만물에게 부정 받는 존재니까…. 이건 스나 군이, 가장 잘 알고 있을… 죄, 죄송해요.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뭐, 됐어. 이제 가자.
“요괴는 인간에게 해롭기만 한 존재일까.”
“…해롭지 않다면…. 요괴도 영물이라고, 불렸겠죠….”
“영물이라도 인간에게 마냥 이득만 주는 건 아니잖아.”
“…요괴가 인간에게 이로운 존재긴 하고요?”
“……너 아까부터 계속.”
“히익 죄, 죄송해요…!”
사과는 또 빠르네. 심드렁한 눈빛으로 한껏 부들거리는 그를 내려다보다가 다시 들고 있던 휴대폰 화면으로 시선을 옮겼다. 주황빛 노을은 오늘도 여전했고 또 눈부셨다. 항상 하교 시간보다 더 늦은, 아무도 없을 시간에 학교를 나오는 건 그들의 정해진 일과 중 하나였다. 딱딱한 바닥과 신발 부딪히는 소리가 그들 주위를 한참 맴돌 때 아래에서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혹시…. 무슨 일 있나요…?”
“아니, 그냥.”
“…그냥?”
“네가 정말 인간이 맞는지 의심해 본 적 없어?”
그는 굳이 고개를 돌려 제 옆의 인간을 바라보지 않는다. 보지 않아도 눈을 마주치지 않을 걸 알고 있어서. 스스로 이상하다고 생각해 본 적 없어? 그는 연이어 물었다. 네가 착각하고 있는 거라면 어떡하게? 그는 종종 이런 식으로 스스로 자신을 의심하게끔 물어왔다. 부정한 장소에서 독을 품고 자란 인간의 아이. 부모도 혈육도 친구도 없으면서 스스로 인간임을 자각하고 자란 인간의. 숨을 마시지 못하며 삿된 기운을 가까이해야만 살 수 있는…. 그는 대답하지 않는다. 인간임은 틀림없지만, 확신할 수 있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어떤 대답이라도 그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을 알고 있다. 차라리 내가 인간이라는 게 더 신빙성 있지 않나. 오랜 침묵 끝에 겨우 입을 열었다. 에이, 그건 아니죠.
+
“…마리, 너 아까부터 계속 말이 심하다.”
“히이익 죄송합니다 하지만 아까부터 계속 말이 안 되는 말만 하, 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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