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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1. 공식 및 현실 단체와 아무 관련 없는 허구입니다

2. 이름과 설정이 존재하는 드림주가 등장합니다

3. 1차 세계관 기반 AU 글입니다

4. 이 사람 세계관 정리 귀찮다고 여기다가 때려박았다네요 죄송합니다

 

보이세요? 이 세상은 경이로워요

https://youtu.be/oHQUUAcB0io

 

 

 

  스가와라 코시 드림 마법사의 마법사

 

𝟷

 그래, 그것은 마치 몇 달 전 중앙에서 작은 비행선이 추락하는 소리와도 같았다. 물체가 땅으로 낙하하며 바닥을 구르고 주위 건물과 물건을 두 번 다시 쓸 수 없게끔 아주 작살을 내는 소리. 사와사키 메이는 느릿한 움직임으로 공방 문을 잠그고 위협이 될만한 날붙이를 들었다. 선수필승. 최선의 공격은 빠른 공격. 정체 모를 침입자에게 당하느니 먼저 처리하겠다는 심보였다. 그는 소리를 죽여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하지만 소리라고는 그저 희미한 제 숨소리와…, 누군가 앓는 소리. 뭐야, 재미없어. 흥미가 가시자 머리가 빠르게 굴러갔다. 분명 큰소리가 났으니 주변에서 무슨 일이냐며 찾아올 게 뻔했다. 귀찮아도 상대는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사람도 어떻게든 처리해야 한다. 사와사키는 바닥에 쓰러져 미동조차 없는 이 회색빛 남자를 내려다본다.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는 바람이 불어왔다.

 

 

 남자의 이름은 스가와라 코시. ‘집’을 옮기기 위해 북동쪽에서 남동쪽으로 기류를 탔으나 돌풍에 그만 멀고도 먼 서쪽까지 흘러오게 되었다고 한다. ―물론 서쪽이라는 것도 사와사키가 알려주었다. 스가와라는 이곳이 어디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덧붙여 서쪽의 정세는 일자무식한 것과 북동쪽에 있을 일행과 연락할 방법조차 없다는 것까지. 참으로 기구한 인생을 사는구나, 하고 사와사키는 생각했다.

 

 “그래서 말인데…. 북동쪽으로 갈 방법을 찾을 때까지만이라도 신세 지면 안 될까?”

 

 스가와라는 저가 말해놓고도 그의 눈치를 보며 멋쩍은 듯 볼을 긁적거렸다. 그럴 만도 했다. 서쪽은 제1·2차 마력 전쟁의 주 무대니 뭐니 하며 마법사와 비인간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그 어느 지역보다 강한 곳. 극도로 발달한 과학을 마법처럼 부리는 도시. 마법을 탐낸 인간의 결실. 과학 기술의 원동력이자 기존 화폐보다 더욱 화폐로 사용되는 마력석. 불과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영원을 위해 수도 지하에 마법사를 가두어 죽을 때까지 마력석을 뽑아내는 감옥이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런 소문이 도는 곳에서 마법사를 숨겨달라. 들킨다면 사형은커녕 죽지도 못하고 평화와 안녕을 위해 죽은 것보다 못한 삶을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오히려 곱게 죽여준다면 감사할 따름이었다.― 불편한 침묵만이 공방을 가득 메웠다. 스가와라는 아무런 반응조차 보이지 않는 그를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역시 괜히 말한 걸까, 하고 뱉은 말을 정정하려 할 때 사와사키가 먼저 말했다. 머물러도 좋아.

 

 “아! 역시 내가 무리한 부탁, 을 뭐?”

 “사실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터무니없는 말을 나른한 하품과 함께 뱉었다. 어처구니없는 태도에 스가와라는 본인이 잘못 들은 게 맞겠거니 하고 되려 확신할 정도였다. 아까까지 마법사와 비 마법사 간의 대립이니 사형이니 하며 응당 겁을 준 것은 저쪽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스가와라가 혼자 고민에 고민이 꼬리를 물고 잡념의 파도에 휩쓸려 간 사이 사와사키는 태연하게 그에게 손을 쑥 내밀었다.

 

 “…응?”

 “숙박비.”

 

 돈 없지? 네 마력석으로 받을게. 숙박비? 요구가 아예 없을 거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거리낌 없이 요구하는 그의 모습에 스가와라는 눈만 끔뻑거렸다. 사와사키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요구사항을 덧붙였다. 1인치 크기로 세 개. 더 작아도 상관없어. 대신 정제도는 높아야 해. 전쟁, 마력석, 정제도. 아무리 들어도 익숙지 않은 단어였다. 마력을 구체화한 상태에서 보관하고 비상시에는 비축된 마력 대신 사용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은 적 있다지만, 이렇게 실생활에서 쓰일 줄 몰랐을뿐더러 마력의 구체화라니. 한 번도 해본 적 없었다. 만들지 못하면 당장 쫓겨날지도 모른다. 쫓겨난다면…. 이후의 상상은 무가치했기에 그는 생각을 멈춘다. 에라, 모르겠다! 스가와라는 눈을 질끈 감고 양손 사이에 힘을 집중한다.

 

 

 

𝟼

 “이 상황에 행글라이더를 고친다고 도움이 될까?”

 “없는 것보다야 낫다고 생각해~…. 행글라이더가 바람의 방향을 잡아줄 테니까….”

 “……….”

 “생각해 봤는데 사실 스가와라는 기류를 잘못 탄 게 아니라 방향치인 건 아닐까?”

 “…사와사키, 너 이리 와!”

 

 

 

𝟻

 “그런데 왜 하필 남동쪽이야?” 사와사키가 물었다.

 “북동쪽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더라고. 절경이랑 별개로 추우면 살기 힘드니까.” 스가와라가 답했다.

 “우와, 현실적…. 하긴 나도 북서쪽은 추워서 내려온 거지만…. 남쪽은 조금 가보고 싶네~….”

 “내려가 본 적 없어?” 스가와라가 물었다.

 “응. 하늘 낮으니까. 그래도~ 죽기 전에 가 보겠지….” 사와사키가 답했다.

 “안 본 이유도 너답다.” 스가와라는 허, 하고 실소를 터뜨렸다.

 

 

 

𝟹

 스가와라는 제법 명석해 보이니까 나를 실망하게 하진 않겠지? 대뜸 그리 말하며 사와사키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쏟아냈다. 이른바 오래 살아남기 가이드라나 뭐라나.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이러했다. 첫 번째. 자신은 아주 오래전 새로운 마력석을 구하기 위해 북쪽으로 갔다가 어제 급하게 도착했다, 는 설정을 숙지할 것. 두 번째. 허락하지 않는 이상 ‘손님’이 질문하더라도 대답하지 말 것. 세 번째. 절대 마법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마지막.

 

 “공방의 마력석은 만지지 마.”

 “왜?”

 “빨리 정체 탄로 나고 싶으면 만져 보든가….”

 

 커튼 뒤에 숨어 있던 스가와라는 이유고 뭐고 불친절한 통보로 대화를 끝낸 사와사키의 동그란 뒤통수를 노려봤다. 정작 시선의 주인은 ‘손님’으로 추측되는 인간과 정겹게 ―정겹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저 사와사키가 웃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용어의 나열과 최근 사회의 분위기, 사와사키의 일방적인 수다와 간간이 들려오는 맞장구…. 웃음소리가 들려 오다가 먼저 얘기를 꺼낸 건 ‘손님’ 쪽이었다.

 

 “그러고 보니, 어제 큰일이 있더군.”

 “이런…. 좋지 않은 얘기가 벌써 중앙까지 흘렀을 줄이야. 부끄럽게도 제 못난 제자가 일도 탈도 많네요.”

 “호오, 제자도 있었는가.”

 “아직 부족함 많은 제자랍니다. …얘, 스가!”

 “어, 네? 나?”

 

 제자? 언제부터? 잠시 얼 놓고 있던 사이 이름 ―그것도 제 친구들만 부르던― 을 불리자 스가와라는 당황하며 허둥지둥 커튼 밖으로 나왔다. 커튼 뒤 세상이 신기루였던 것마냥 어둡고 음침한 공방 내부,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거리의 희미한 햇빛. 몸을 돌려 자신을 바라보는 사와사키와 그 뒤로 빛을 등진 채 우직하게 자신을 바라보는 거구의…. 저것은 과연 인간인가? 스가와라가 선뜻 아무 말도 하지 못할 때 사와사키가 웃으며 다가와 제 어깨를 두드렸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적응을 못 하네. 자, 얼른 인사하고 들어가야지? 할 게 많잖아, 그렇지?”

 “아…. 안녕하세요….”

 

 감히 눈을 마주칠 수가 없었다. 급하게 고개를 숙였다가 돌아보지도 않고 그대로 위층으로 올라갔다. 사와사키가 주제를 돌리는 듯한 목소리가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스가와라는 벽에 몸을 기대고 다리를 굽혀 천천히 바닥에 주저앉았다. 요동치는 심장은 진정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가 헛것을 본 건 아니었을까. 새 부리 가면과 흉측한 상처. 고철과 인간을 짜맞춘 기이한 모양새. 인간의 거죽을 뒤집어쓴 기계 심장. 무엇보다 깊고 어두운 렌즈 사이로 본질을 꿰뚫어 보는 것만 같은 그 시선이. 이미 정체가 탄로 난 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무릎 사이에 얼굴을 파묻고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

 

 

 “…거기서 뭐 해.”

 “사와사키 너…!”

 “아아, 그래! 오랜만에 와서 우리 공방이 무슨 일을 하는지 잊어버렸다고?”

 

 그래그래, 제자가 잊어버렸다는데 친절히 가르쳐 주는 게 스승 된 도리 아니겠니~. 스가와라의 목소리가 묻히게끔 일부러 큰 소리로 말한 사와사키는 계단 아래를 눈짓으로 가리키며 제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댔다. 나중에 전부 알려줄 테니 일단 조용히 해.

 

 

 “아, 이제야 겨우 멀어졌나…. 진짜 지긋지긋해….”

 

 알려주는 척인 줄 알았더니 갑자기 혼자 불타올라 일 층 작업실로 데려가더니 마력석을 이것저것 꺼내더니 열을 다해 설명하다가 갑자기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작업대 위로 픽 누워버렸다. 스가와라는 조용히 둥근 의자 위에 앉아 무기력하게 스탠드에 마력석을 가져가 빛을 비춰보던 그에게 물었다.

 

 “아까 그건 대체 뭐야?”

 “음…. 설명하자면 복잡한데~, 요약하면 인간이야.”

 “인간이라고? 하지만 인간이라고 하기엔,”

 “인간의 요소가 적다고~? 뭐, 어때…. 세상엔 말하는 문어도 있고 반은 인간이고 반은 동물인 생명체도 있는걸. 오히려 이쪽이 더 신기하지 않나?”

 “하지만 그건 말하는 문어랑 다르게, 조금 더… 말초 신경을 자극하는… 뭔가, 원초적인 불쾌감과 공포를…. 아아무튼, 기분 나빴다고!”

 “갑자기…? ……아, 그건가….”

 “뭐가?”

 “설명하는 걸 잊어버렸는데, 서쪽은 ‘사냥꾼’이라는 독자적인 정부 조직을 갖추고 있어.”

 “우와, 이름 진짜 별로다.”

 “전쟁 당시에는 마녀 사냥꾼으로 활개 쳤으니까~…. 지금도 다를 바 없지만….”

 “…그래서 그 ‘사냥꾼’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스가와라의 물음에 사와사키는 책상 위에 퍼질러졌던 몸을 일으켜 세우고 심장 주변을 툭툭 쳤다.

 

 “‘사냥꾼’의 심장은 보통 마력석을 연료로 쓰는 기계 심장이거나 마법사의 심장을 산 채로 뽑아서 채워 넣지. 즉, 네가 ‘사냥꾼’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건, 모닥불 앞 장작과 같은 처지라서 그런 거야.”

 “…서쪽은 아직도 그런 사람이 존재한다고? 고작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로?”

 “혹시 어제 얘기한 소문을 정말 ‘소문’으로써 받아들인 건 아니지~? 서쪽은 욕심쟁이의 도시야~.”

 

 하필 와도 제일 서쪽으로 와버렸담. 신은 스가와라가 곤란한 게 좋은가 봐~. 히죽히죽 웃으며 늘어지는 목소리로 한껏 고민에 빠진 그를 골려댔다.

 

 

 

𝟺

 곤란한걸. 사와사키는 스크린 속 신문을 빠른 속도로 넘기고, 다 읽으면 새로운 신문을 끌어와 읽기를 네 번이나 반복하더니 탄식과도 같은 말이 허공으로 흩뿌려졌다. 왜? 무슨 일 있어? 사와사키 대신 짐을 든 스가와라가 옆에서 물었다. ………. 사와사키는 말없이 그를 잡아끌어 조금 전까지 있던 공간에서 멀어졌다. 너 진짜…. 쓸데없이 말 안 하는 게 좋다지만, 필요한 말까지 입 다물고 있으면 듣는 사람 답답한 거 알아? 스가와라는 사와사키의 손을 쳐냈다. 손은 맥없이 옷깃을 놓쳤고 두 사람의 발걸음도 멈췄다. 뭐든 좋으니까 말을 해봐. 대체 뭐가 곤란하다는 건데. 스가와라는 거칠게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갑갑해. 정작 허수아비처럼 미동 없이 서 있던 그가 한 대답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첫 만남 때처럼 무거운 공기가 그들 주위에서 감돌았다. 그리고 결국, 길고 긴 침묵 끝에 사와사키가 입을 열었다. 돌아가서 얘기해 줄게. 네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온 천지에 떠벌리고 싶은 게 아니라면.

 

 

 그가 돌아오자마자 하는 말은 스가와라는 역시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는 편이지? 였다.

 

 “아직 감이 안 잡히나? …그럼 골라 봐. 하나, 네 동료에게 안부를 전하는 대신 간접적으로 위치가 공개되고 결국 그들을 위험에 빠트린다. 물론 위험한 건 너도 마찬가지.”

 “아니, 잠깐.”

 “둘, 동료에게 연락하지 않고 서쪽에 투항한다. 그들은 네 안부 따위 영영 모르겠지만, 서쪽의 위협을 받지 않고 평화롭게 살 수 있겠지.”

 “갑자기 그런 얘기를 왜 하는 거야?”

 “정부에서 아주 노골적으로 네가 투항하길 바라는 메시지를 남겼으니까.”

 

 이런 관심은 또 처음이라 토할 것 같아. 축 처진 목소리와는 다르게 작업대 위로 거칠게 신문 여러 장을 펼쳐놓았다. 오늘의 날씨. 비행정 운행 상황. 전부터 진행되고 있던 논의. 누군가에겐 유용할지도 모르는 광고. 크고 작은 이슈들…. 관련도 맥락도 없는 내용 속에서 사와사키는 단어를 뽑아냈다.

 

 “보여? ‘마법사’, ‘3일’, ‘투항’, ‘동료’, ‘안전 보장’. 혹시나 해서 어제 신문도 봤는데 이런 메시지 전혀 없었어. …젠장, 의뢰도 일부러 바깥으로 유인하기 위해 맡긴 거였구나. 이걸 지금 알아차려서 어쩌자는 거야~.”

 “하지만 이상하잖아. 네가 말한 대로 마법은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아차렸느냐고…? 하나, 네가 결계를 통과할 때부터 지금까지 추적했다. 둘, 사냥꾼의 보고. 셋, 정부 측 마법사의 고발. 이 중 하나겠지….”

 “……….”

 “아…. 물론 걱정 마…. 서쪽을 벗어날 수 있게끔 도와줄 테니까.”

 “…내가 나가면 사와사키 너는 어떡해?”

 “오…. 좋은 질문이지만, 중요하지는 않아.”

 

 스가와라. 너는 네가 나가는 것만 생각해. 그는 웃었다.

 

 

 

𝟸

 “…보통 마법사한테는 이명異名이 있다고 들었는데.”

 “있긴 하지? 중요하지는 않지만.”

 “스가와라는 뭔데?”

 “………‘바람’의 마법사.”

 “오…. 와아…. 기류를 잘못 타서 서쪽으로 와버린 바람의 마법사다….”

 “젠장, 내가 이래서 말해 주기 싫었어…!”

 

 

 

𝟽

 “우와. 이렇게 높은 곳은 비행선에서 떨어진 이후로 처음 와 봐~….”

 “…어떻게 하면 비행선에서 떨어질 수 있는지 묻고 싶은데.”

 “떨어지긴 어떻게 떨어지겠어. 흔들흔들~ 쿵, 이지.”

 “그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네.”

 

 하하, 스가와라는 영혼이 빠진 채 가볍게 웃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영양가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야말로 쓸모없는 대화였으나 이런 상황에서 긴장 풀기에는 제격이라고. 아니, 긴장을 풀어서 뭐 하지? 지상의 군대는 총을 겨누고 있다. 사냥꾼은 언제든지 튀어 오를 기세다. 지휘관이 말한다. 순순히 투항한다면 목숨만큼은 살려주겠다. 사와사키는 왼쪽 어깨에 총을 맞았다. 병력의 반은 행글라이더를 쫓아 북쪽으로 갔다. 서쪽의 결계는 여전히 건재하다. 도망갈 방법은 없다. 투항할 수 없다. 사와사키는 여전히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어차피 서쪽의 군대는 마력석으로 마법사 흉내를 내는 집단. 군대를 궤멸한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평생을 서쪽의 추격 속에서 살아갈 셈인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오게 되었는가. 내려줘. 잡념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질렸어. 투항할 테니까 얘는 풀어줘.”

 

 붙잡기도 전에 사와사키는 손을 풀어 바닥으로 힘없이 떨어졌다. 주위로 총을 든 군인이 모였고 사와사키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하하, 금방이라도 쏴 죽일 것 같네…. 이래서 생각 짧은 것들은 싫다니까…. 너희가 쓰는 마력석의 80%는 내가 정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걸까? 나머지 20%도 내 발끝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도 기억하지 못하나 봐~. 단순한 도발에 가까운 사실을 늘어놓자 지휘관의 얼굴이 분노로 일그러졌다. 우와, 꼴에 자존심은 있구나…. 이러다 정말 죽이겠다, 그렇지? 계속되는 도발에 지휘관이 손을 거두자 총을 든 군인들이 물러났다. 마법사는 후발대가 추격한다. 지휘관이 말했다.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와사키가 말했다. 안 죽이는구나.

 

 “나는 아닌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총을 장전한다. 그리고 쏜다. 군인을 스쳐 지휘관 머리에 한 발. 사냥꾼의 심장에 한 발. 결계를 향해 또 한 발. 군인의 총알이 몸을 관통한다. 사와사키! 그가 소리를 지르며 달려온다. 사냥꾼의 심장이 멈추고 볼품없이 쓰러진다. 지휘관은 후발대 지원 병력을 요구한다. 그는 웃었다. 나는 허구와 진실을 드나드는 자. 선을 흐리고 기준이 되는 자.

 

 “반가워. 나는 사와사키 메이,”

 

 이명은 경계의 마법사. 비틀린 세상이 반전한다.

 

 

 

𝟶

 “이것 봐 스가와라! 바다야!”

 “제발 부탁이니까 상의 좀 하자!”

 “뭐 어때, 어차피 살았잖, 아 상처 따가워….”

 

 뽀그르르르. 바다에 빠지기 무섭게 잠수한다. 야! 사와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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